용서 못할 일

2007. 4. 6. 10:41☎청파의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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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못할 일

 

 



 

자정이 훨씬넘어
경찰이 야간순찰을 하는데
잠옷바람의 꼬마가 고개를 푹 숙이고
집 앞에 앉아 있었다.

경찰은 이상해서 꼬마에게 물었다.

경찰 : 얘, 너 여기서 뭐하니?

꼬마 : 엄마 아빠가 싸워서 피난 나온 거예요
        물건을 막 집어던지고 무서워 죽겠어요.

경찰 : 쯧쯧... 너의 아빠 이름이 뭔데?

꼬마 : 글쎄~ 그걸 몰라서 저렇게 싸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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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학술 답사차 충남 예산에 있는 추사 고택을 들린적이 있었다.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더불어 옛선비의 고절함과 무언가 모르게
커다란 천년의 무게로 다가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항상 느끼는 바지만 배움에 허덕이고 어리석음을 감출 수 없는
심산같은 무지랭이 촌부의 가슴에는 항시 옛 큰 스승의 무게에
짓눌릴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안채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행랑채 뒷쪽 벽면 기둥에 적혀있는
글 한줄을 보고서 그 자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쓴 작은 글씨 한줄이 천둥처럼 뇌리를 스쳤는데
그 내용인 즉 어인하소불용(於人에何所不容)이다.

이글은 "사람에게 있어서 용서 못할 일이 무었이 있겠는가?" 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평소에 논어를 볼 때는 예사로 지나던
글인데 여기서 보니 그 감회가 사뭇 다르다.

세속에 부대끼고 사고나 사상이 다른, 특히 현대인의 인간사에는
서로간의 오해나 충돌이 빈번히 일어날수 밖에 없는 삶이라,
많은 이들이 서로간에 가까운 사이끼리 사소한 일로, 척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작은 감정으로 서로간에 용서를 못하고 원수처럼 지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서로 미워하고 척이지고 사랑하는 일은 항시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도 가족 형제 자매 친척 친한 친구사이에서
사소한 자존심 이나, 감정적 차이로 창졸간에 생겨서 원수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에게 멀리 떨어져 있는 모르는 사람과는 항상 경계하고
처음부터 마음을 닫아 버리므로 척이 생길 틈이 없는 것이다.

반대로 사랑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끼리는 서로 경계심이 없고
열려있는 마음이니, 이 열린 마음을 통해서 할 말, 안할 말, 할 일, 안할 일이
복잡하게 얽혀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과 척을 잘 추스리게 하는 말이 곧
어인하소불용 (於人何所不容)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