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 11:31ㆍ☎먼동회친구들얘기☎
먼동회 비하인드 스토리
며칠전 시작한 장마전선이 제주와 남부지방에 폭우를 내려 피해가 심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마침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비소식 속에 오래전에 약속한 먼동회 친목회 날이다.
그러자 사방에서 연락이 온다. 형 비가 내려도 강행인가요. 생각같아선 이런날은 만남을 잠시 뒤로 미루어도 좋으련만 다시 생각해보면 현대인들 너도 나도 각자 바쁜일정 때문에 웬만해 다른 날잡는 것이 생각처럼 녹녹치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햇볕쨍쨍한날 만남 보다, 오히려 이렇게 비내리는날 만나는것도 더 좋을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예정대로 GO, 강행이다. 고향마을을 지키는 후배들의 제외하고 외지에 나와 사는 친구들은 2023년 6월 29일 합정역 1번출구에서 10시에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빗 때문에 새벽운동을 설친나는 오전 7시반 서둘러 전철을 타고 종로5가 광장시장으로 달려간다. 광장시장 사람들은 아침 8시 조금넘은 시간인데 벌써 대부분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옛날 농촌 생활할때다. 오늘처럼 비쏟아지는날은 어머니가 부쳐주셨던 부침개 생각이난다. 그 바람에 광장시장에서 감자전은 아니어도 두툼한 빈대떡 10여장을 사서 걸망에 짊어지고 합정역에 도착 일행들을 기다린다.
합정역 1번출구엔 장맛비가 폭우처럼 억수같이 쏟아지는데도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우산을 바쳐들고 줄을서서 2200번 버스를 기다린다. 그바람에 일행들을 기다리는 나는 한켠으로 비켜서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 낭만을 만낀한다.
10시다. 일행들이 다 모였다. 조금전만해도 출근 러시아워(rush hour) 시간이을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던 버스가 10시가 지나니 반시간도 더 기다려 출발이다.
우리 일행이 탄 2200번 버스는 ‘한국의 아웃토반(autobahn)’이라해도 손색없는 자유로를 달려 ‘7살 때 6·25한국전쟁으로 피난나와 눌러살던 나에 제2의 고향마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1리 이주단지 마을(약산골)’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고향 후배의 들판 농막(원두막) 머루넝쿨 주렁주렁 열매를 맺고 그림속 풍경같은 “좋아좋아” 원두막에서 오랫동안 만난 정든 친구들과 그때 그시절 이야기 나누며 오랜만에 ‘형님 한잔 아우 한잔’ 나누기로 했었다.
그러나 원두막은 세찬 비바람에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태나 다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후배의 농기계 보관 창고로 이동을 하니 벌써 그곳에 10여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간이 식탁과 준비한 음식들이 한상 가득 차려졌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식탁에 둘러 앉으니 모두 아홉명의 일행들이 참석했다. 그중 내가 80세로 영자이고 대부분 70대 후배와 친구들이다. 갑자기 1960년대 농촌활동할 때 그때 그시절 친구들과 비오는날이면 사랑방에 모여앉아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난다.
‘앵헤이~앵헤야~ 앵헤이~앵헤야~
우리가 놀면은 놀고 싶어노나
빗쏟아지는 날이 공치는 날이지
비오는 날이면 님보러 가고
달밝은 밤이면 별따러 간다
앵헤이~앵헤야~ 앵헤이~앵헤야~
-강병철과 삼태기 ‘열두냥 짜리 인생’ 중에서···
그때 4-H구락부 남, 여 회원들이 낮에는 들녘에 나가 일하고 밤이면 횟불밝혀 매달고 흙벽돌 찍어 손수 지었던 마을회관에 비오는날이면 모여서 뗏창으로 함께 불렀던 친구들… 홍경이, 종기, 승택이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보고싶다. 그립다.
후배들이 따라주는 한잔, 두잔, 서너잔 술에 코끝이 찡하다. 마음같아선 이렇게 격의없고 우애 훈훈한 모임은 하루종일 아니 오래오래 이어지며 하하, 호호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 사이 시간은 친구들과의 만남 시간 7시간여가 흘러 벌써 오후 6시다.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 ‘형 잘가, 아우 잘있어 다음에 또 만나요.’ 우산을 바쳐들고 마중나온 아우들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며 우리는 2200번 버스를 타고 귀경길에 올랐다. 고향을 지키는 후배들 후한 배려에 감사를 드린다.
먼동회 모임이 있었던 후배의 농기구 창고 모임 장소 전경
구부정한 자세 필자 청파 윤도균, 뒷줄 김용섭, 정순신, 김재건, 사장환 앞줄 김봉묵, 유인홍(현우), 노승안, 최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