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百年 / 문태준 (낭송 : 세인트/송성인)

2022. 8. 25. 20:06☎열린文學人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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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百年 / 문태준 (낭송 : 세인트/송성인)

https://youtu.be/_tdpdhnK2mQ

 

백년 百年 / 문태준 (낭송 : 세인트 / 송성인)

 

화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꼬지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이랑 한 이랑에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기배와 오늘 우연히

시령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 보았네

 

연기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 놓은

백년이라는 글씨

 

저 백년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앉자던 백년(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없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백년(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백년(百年)이라는 말

 

와병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와 하루를 울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