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호] 4월말 설악산에 내린 눈으로 산행 포기하고 설경만 감상 하다

2021. 4. 25. 12:50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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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7gBMk-dOX0

설악산 (雪嶽山)

 

강원도 인제군(麟蹄郡) 고성군(高城郡) 양양군(襄陽郡) 속초시에 걸쳐있는 산. 높이 1,708m. 제2의 금강산이라 하며 설산(雪山)·설봉산(雪峰山)이라고도 하였다.

 

<설악>이란 이름은 주봉인 대청봉이 1년 중 5·6개월 동안 눈에 덮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설악산은 태백산맥 연봉(連峰) 중의 하나로 최고봉인 대청봉(大靑峰)과 그 북쪽의 마등령(馬等嶺)·미시령(彌矢嶺), 서쪽의 한계령(寒溪嶺)에 이르는 능선을 설악산맥이라 하며 그 동부를 외설악, 서부를 내설악이라 한다. 또한, 북동쪽의 화채봉(華彩峰)을 거쳐 대청봉에 이르는 화채릉, 서쪽으로는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大勝嶺)·안산(安山)에 이르는 북서릉이 있으며, 그 남쪽 오색약수(五色藥水)터·장수대(將帥臺) 일대를 남설악이라 한다.

 

외설악에는 쌍천(雙川)과 남대천(南大川)이 동해로 흐르고, 내설악에는 북천(北川)과 한계천(寒溪川)이 서쪽으로 흘러 북한강의 상류를 이룬다. 설악산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주변에는 문화재와 관광명소가 많아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지정 면적이 373㎢에 이르고 있다.

 

희귀 동·식물 등 많은 동·식물들의 보존을 위하여 1960년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1)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1982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생물권보존지역으로 설정되기도 하였다. 교통이 편리하고 동해와 인접해 있어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높다.

◉ 산행일시 : 2004년 4월 27일

◉ 산 행 지 : 설악산국립공원흔들바위구간까지

◉ 산행코스 : 속초 낙산사 해수욕장 = 설악산국립공원 = 오색약수터 = 미시령

◉ 산행인원 : 동아아파트 자생단체 회원 38명

 

4월 27일(화요일)은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통장단에서 주민화합과 단합을 위하여 설악산으로 봄 나들이 야유회 겸, 산행을 떠난다. 그런데 일주일 전부터 부녀회장, 동대표회장, 관리소장께서 나에게 함께 산행에 동행 하자고 주문을 한다. 나에겐 더 없는 기회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내가 사업으로 운영하는 독서실 이용 학생들이 요즈음 중간고사 기간이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어쩔 수 없이 불참을 통보한다. 그러자 관리소 과장이 말한다. 자기라도 독서실을 봐드릴 테니 다녀오시라고....., 그러자 아버지 입장을 눈치챈 작은 아들이 학교에 12시 등교하고 이후 시간은 어머니에게 부탁드릴테니 다녀오시라고 한다.

 

그래서  ‘억지 춘향식’으로 설악산 산행에 동참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산행 전날부터 내리는 전국적인 비가 설악산 지역엔 눈으로 변해, 차량통행을 통제한다는 소식이다. 맘속으로 그 먼 곳까지 새벽밥 먹고 달려가 허탕치고 돌아오게 되는 것 아닐까. 불길한 생각을 하며 달려간다.  

 

그런데 어디쯤 갔을까. 기사님께서 설악산 지역에 진눈깨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비가 그치지 않으면 일정을 변경하여, 낙산사 관람을 하고 점심 식사 하시고 귀가해야 할 것 같다고 일정 변경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일행들이 대부분이 여자분들 이다 보니, 산행을 못한다는데도 전혀 동요 하지 않는다. 그 모습 보며 ‘제사엔 맘에 없고 잿밥’에만 신경 쓰는 분들처럼 생각이 든다. 괜스리 나만 산행 욕심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하늘이 돕지 않는데 내가 무슨 재간으로, 하늘이 하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있단 말인가.

 

김빠진 맥주처럼 우두커니 있다보니, 주위에서 해장술을 권한다. 그 바람에 안하던 해장술도 한잔 했다. 달리는 차에선 운전 기사분이 여흥을 돋느라 흥겨운 음악을 틀어준다. 그러다 보니 너도 한잔 나도 한잔 오가는 술잔 속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 있다. 차안에 탄 일행들이 대부분 남, 여 5~60대 지난 사람들이다 보니, 부끄러움도 모르나 보다.  안주로 내놓은 고추가 굵으니 가느니 하면서 심지어 어떤 아줌씬, 그래 봐야 고추 다섯 명인데 고르긴 뭘 고르느냐고 아주 까놓고 농담을 한다.

 

그런 소리를 듣자니 평소 여자들 앞에만 서도 얼굴이 붉어지는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운전석 옆 조수석에 앉아 달리는 차내에서 사진만 박아댄다. 속초를 지나 해안가 도로를 달려가는데, 바다가 성이 났는지 몰려오는 파도가 심상치 않다. 집채 만한 파도가 해안 도로를 달리는 우리를 통째 삼켜 버릴 듯한 기세다.

 

거기에다 철썩철썩 바위를 후려치는 소리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일행들이 너도 나도, 괴성을 지르며 차창 쪽으로 몰려 차창밖을 내다 보지만 세차게 불어오는 비바람, 진눈깨비로 시야를 가린다. 거기에다 버스안 더운 공기가 바깥 공기와 부딪쳐 차창에 성애가 끼어, 시계가 제로다.

 

이때다.  부녀회장이 말한다. 현재 설악산을 찾은 수많은 관광버스가 모두 돌아 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차선책으로 생각했던 낙산사 관광도 비가 많이 내려 안되고, 잠시 낙산 해수욕장 주차장에 하차해, 잠시 바다 구경하는것으로 일정을 이야기 한다. 그사이 주차장에 내리니 심한 비 바람으로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다.  

 

아쉽다. 바로 그렇게 그리던 푸른 바다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습기에 디카 보호를 위해 사진 한장 제대로 찍지 못한다. 너무 아쉬워 우산을 버티고 몇컷 사진을 찍어 보지만, 바람 때문에 그것마져 여의치 않다. 그 바람에 서둘러 버스를 타고, 건어물 파는 점포에 들려 건어물을 사들고 다시 차에 오른다. 그리고 낙산사 입구에서 민생고(점심)를 해결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설악산으로 가느냐, 마느냐 의논 끝에 얻은 결론이다. 날씨탓에 흔들바위까지 산행도 어려운데 굳이 입장료 내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느냐고 결론이 났다. 그 바람에  오색 약수터로 향한다. 오색에서 바라본 설악산 대청봉엔 백설이 한 겨울 쌓인것을 볼 수 있다.

 

신기하다. 녹음이 한창 우거진 4월말인데, 그 짙푸른 수목위에 백설이 10Cm도 넘께 덮혔다. 60평생 처음 보는 기이한 풍경이다. 수국꽃이 흰눈을 하얗게 뒤집어 쓰고 자태를 뽑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날 나는 설악산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모습을 보았다.

 

오색 관람을 마치고 미시령 오름 구간에서 또 다시 진눈깨비가 내린다. 그러다 보니, 급경사 언덕길을 오르는 버스가, 가쁜 숨을 모라쉬며 길길대고 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운전석 옆에서 평생 보기 드문, 5월의 길목에서 만난 설악산 설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때아닌 5월의 길목에 내린 설악산 설경에 일행들이 다 반한것 같다.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 달라고 주문을 한다. 그러나  나는 만약 도로가 통제되면 어떻게 하나 속이 탄다. 불안을 금치 못하며 서둘러 미시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있다. 뉴스가 나온다. 설악산 일대에 내린 폭설로, 미시령, 한계령이 통제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