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그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옮겨온 글]

2020. 5. 20. 12:42☎사람사는이야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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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그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새벽에 열차를 탔다.
창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오래된 습관처럼 책을 챙겼는데 그것이 바로 이외수의 들개다.
들개의 작가 이외수를 처음 만난 것은 텔레비젼의 성공시대에서였다.
그분의 독특한 외모로 관심이 많았지만
그분의 작품으로는 들개가 처음이다.
과연 들에는 들개가 있을까.
나는 들개를 벗삼아 바다로 달려가고 있다.

들개'는 부모를 잃은 한 작가 지망생 여인과
역시 가정이 없는 화가 지망생 남자가
도시 외각의 버려진 학원 건물에서
세상과 단절을 시도하며 살아가는 1년 여의 기록 이다.
들개는 마치 독자인 나와 작가
그리고 작품속의 시인과 화가 그리고 작가인 그녀를 닮은 같은 느낌이었고
한마디로 소설을 읽었다기보다 풍경을 감상한 느낌이었다.

여자는 글을 쓰기 위해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었고
남자는 역시 상업주의 세상과 타협하려 하지 않은 채
건물 안에 이백호 크기의 캔버스를 짜 놓고
아흔아홉 마리의 들개들을 그려나간다.
글쓰기의 치열함이 작가 이외수가 얼음밥을 먹으면서
그것을 극복하며 기뻐 하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 것은
아마 나도 그분의 작품에 동감하고 있는 것일것이다.

세상과 등을 돌린 만큼 그들은 늘 먹거리와 추위에 떨었으며
급기야는 쥐 까지 잡아먹는다.
그러던 중 결국 여자는 남자의 떨어진 화구를 보충하기 위하여
맥주홀에서 남자에게 몸을 팔고 그 돈으로 물감을 마져 장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세상과 타협하면서
어느새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 가는 것이다.

그녀의 살신성인의 진정한 사랑의 보여준 그녀에게
따스한 시선을 주고싶다.
그가 들개를 그리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을 때
그녀는 새벽열차를 타고 시간 강사와 바다로 가는 것이다.
그녀가 그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아!아!하고 감탄를 할때는
마치 내가 바다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고독을 견디다가 결국에는 바다로 가는 열차에서
인간은 혼자라는 것을 깨닫고 바다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것이다.

그 깊고 푸른 바다.
그 바다같은 사랑 .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들개를 그녀도 사랑한 것이다.
그리고 끝내 1년 여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 남자는 자신의 방에서 아흔아홉 마리의 들개 그림을 완성하고
동맥을 끊어 자살하고 만다.
그녀는 그의 죽음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인간의 숙명은 결국 죽음이라는 것을 보여준 작가의 심오함이 느껴져고
가난한 예술가의 고통과 그것을 이기는 투철한 예술정신이
살아서 꿈틀리고 있는 것은
이외수가 외모처럼 귀인도 아니고 천재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는데서 저 고난이 푸른 바다빛이 되어 사랑으로 전해지는 것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또 내일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이 되었다.

인간은 결국 완전한 혼자가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에 불과하거든.
그런 것일까.
인간은 결국 완전한 혼자가 되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럴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결국은 혼자가 될 뿐
그 어떤 것으로도 사람과 사람은 완벽하게 혼합되어 질 수가 없다.
마치 물방울이 서로 합쳐져서 하나의 물방울이 되듯이
그렇게 아무런 구분도 없이 합쳐져서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쌍둥이 조차도 타인은 타인인 것이다.
비록 얼굴은 같을 수 있을는지 몰라도 마음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목사님도 도둑놈도, 스님도 깡패도, 교수도
학생도, 장관도 실직자도,운동선수도 간질병환자도,
할머니도 갓난애도 살아 있는 한은 그 완전한 혼자는 것 쪽으로
조금씩 발을 내디디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완전한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그것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생각되어지는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거의 전부가
사실은 혼자가 아니려고 애를 쓰는 것 하나로
부질없이 한평생을 다 보내어 버리고 마는 것 같기도 했다라는
이외수의 말처럼
그의 자살로 들개를 남겼고
그녀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고
그 그림속의 들개와 함께 혼자만의 집
그 고독하고 외로운 작가의 집을 지으리라 본다.
그리고 가끔은 바다에도 가겠지.
그때도 그녀은 혼자일 것이다.
왜냐 하면 인간이니까.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