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6. 07:13ㆍ☎청파의사는이야기☎
삼굼부리
흔히 말하는 사뭄부리란 곧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 말이다. 그것은 산위나 중턱에 둥그렇게 움푹패인 환형의 것도 있고 산체의 사면이 도려내진 듯이 벌어진 말굽형도 있으며 양자를 아울러 가진 복합현 화산체도 있고 그 모양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이를 굼부리라 하고 지역에 따라서는 “움부리”라고도 한다.
소수를 제외하는 대부분의 오름이 혹은 크게 혹은 작게 저마다에 어울리는 형태의 굼부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아득한 옛날 그들이 두꺼운 지각을 뚫고 나와 제주섬에 좌정하는 숨구멍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산굼부리는 산체에 비해 대형의 화구를 가진 특이한 형태로 하여 이채를 띤다.
어떻게 보면 몸뚱이는 없고 아가리만 벌려 있는 것 같은 기이한 기생화산이다. 드넓은 들판 한 군데가 푹 꺼져 들어간 커다란 구렁... 실제 그 바닥이 주변의 평지보다 100m 가량이나 낮게 내려앉아 있다. 이 희한하게 생긴 기생화산이 학술적 가치로나 관광자원으로서 보배롭게 여겨지고 있는 것은 한국에는 하나밖에 없다는 마르(Maar)형 화구이기 때문이며 이런 화산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지구가 만들어 낸 걸작 하나가 몇 십만 년 뒤 제주섬에서 내외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마르란 화구 둘레가 環狀(환상)의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폭렬화구를 말하며, 화산활동 초기에 단시간의 미약한폭발만이 일어나고 활동이 중지됨으로써 형성된다. 특히 그 폭발은 주로 가스만 터져 나오고 다른 물질은 소량이거나 거의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화구 주위는 낮은 언덕을 이룬다.
이러한 생성과정으로 생겨난 산굼부리는 표고가 437.4m, 이 최고점은 화구 남쪽 둘레의 약간 둔덕진 등성이에 있다. 화구 바닥은 305.4m로 그 표고차, 즉 최고점으로부터의 깊이 132m가 된다. 그리고 북쪽 기슭의 도로(교래~송당)가 등고선상 해발 410m 안팎이므로 도로에서의 산 높이 최고 28m, 화구 바닥은 도로에서 지하 100m 깊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이것을 백록담의 깊이(115m)와 비교해 보면 산굼부리 쪽이 17m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도상의 계산으로는 섬 안에서 가장 깊은 화구이다. 이것이 그다지 메워짐이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내사면이 우거진 초목으로 다져져서 토사의 유입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화구의 크기는 바깥 둘레 약 2,700m에 밑둘레 750m, 그 넓이30만평방m에 이르는 초대형이다.
마르형 화구로서 귀중한 존재인 이 굼부리는 또한 보기 드문 분화구 식물원이기도 하다. 상록 · 낙엽 · 활 · 침엽의 난대성 · 온대성에 겨울딸기, 자생란 등 희귀식물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식생에 있어 남향 사면과 북향 사면이 현저히 양상을 달리한다.
깊이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한 울타리 안이면서도 끼리끼리 따로 살고 있다. 이것은 斜面(사면)의 방위에 따라 일사량과 일조시간, 기온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기 거기에 적응한 식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삼굼부리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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