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8. 17:45ㆍ☎인천N방송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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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야 물렀거라
며칠째 전국이 2003년 중동지역에서 시작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확산 문제로 온통 시끌시끌 하다. 심지어 얼마나 떠들어 나발을 불어 대는지 공포증이 생길 정도다. 그 와중에 한 수 더뜨는 것은 언제적 부터 우리나라에 그렇게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대한 전문가가 많았는지 메스콤이라 이름 붙은 곳은 방송이던, 신문이던 별 볼일도 없는 사람들을 내세워 마치 무슨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떠들어 대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물론 경계심을 갖고 주의 하자는 의도는 이해를 한다. 그렇다면 이런때 일수록 매스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은 침착하게 이에 대한 타계책을 논의 해야 하는데, 이건 “메르스” 발병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영락없이 ‘몇 년 굼주린 이리때 새끼들’ 처럼 개도 소도 다 전문가 탈을 쓰고 떠들어 댄다.
더 한 심한 것은 무슨 일만 터졌다 하면, 대책은 없고 예외없이 물고 늘어지는 것이있다. 바로 누구 책임론이다. 특히 일부 기회주의 정치인들, 시민단체, 무슨무슨 종교 지도자들이란 사람들, 어쩌면 매 사건 현장마다 단골 얼굴로 둔갑해 날뛰는지 꼴 볼견이다. 그 바람에 국내 경기가 엉망진창이다. 나라 망하기 바라는 사람들 살판난 세상이다.
그꼴을 보고 있자니 신물이 난다. 안되겠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 없는 일이다. 나라도 나서야지, 이틀전 63년지기 초등학교 동창들에게 전화를 했다. 별일 없으면 이번 일요일 가볍게 평화누리길이라도 걸으며 코 바람이라도 쐐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다. 그래서 만난 네 친구가 승용차편으로 부천 송내에서 만나 김포 평화누리길을 걷기 위해 달려 갔다.
애시당초 계획은 평화누리길 2코스 문수산성 남문에서 애기봉까지 8킬로 구간을 걷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따라 폭염이 얼마 따겁게 내려 쬐던지 문수산성 2코스는 강바람도 없이 시내 구간을 걷는 코스여서 갑자기 코스를 변경키로 한다. 얼마전에 한 번 걸었던 ‘평화누리길 1코스 염화강 철책따라 걷는길’을 이번엔 반대로 문수산성 입구에서 대명항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거꾸로 걷기로 했다.
우리들은 6‧25때 7살 동갑내기들이다. 그러다 보니 네 명이 어영부영 72 나이를 먹었다. 옛날 같았으면 벌써 우리들도 골택골 가고도 남았을 사람들이다. 그런데 좋은 세상 만나 아직도 평화누리길을 걷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우리 세대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라고 밀어 놓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지금은 모르지만 젊은이들도 이 다음 훗날 지금 나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일제 강점기때 태어나 6‧25 세대인 우리 세대 사람들 고생은 이루 말로는 다 할 수 가 없다.
배가 고파서 뿔뿌리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며 자랐다. 그런데 그때 배곱은 것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다. 바로 “옘병”이란 병이 창궐했다. 그 병명이 (장티푸스 Typhoid fever)다. 우리 가족 8명중 나만 걸리지 않았다. 그 바람에 결국 우리집도 갖난쟁이 어린 동생 하나를 잃었다. 온 동네 사람들 80%이상이 옘병을 알았다. 심지어 천현면에 살던 내 친구네 동네에선 친구 동갑네기 8명이 걸려서 내 친구만 살아 남고 다 죽었다고 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었다.
그친구가 어제는 전화를 했다. 아니 자네는 ‘장노 (장기간 노는사람)’ 되더니 어떻게 된 사람이 그렇게 바쁘게 쌀쌀 거리고 다니냐며 ‘메리스인지 메리야스인지가 그렇게 심하게 번져 나간다는데 자중하고 나돌아 다니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신신 당부를 한다. 그 바람에 이 사람아 난 옘병도 이겨낸 사람이야 하며 전화로 한 바탕 웃었다.
이런 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하며 염화강 철책길 따라 걷는 네 친구들의 발걸음이 급할것이 없다. 발길 가는데로 바람따라 철책길따라 쉬엄쉬엄 걷는 재미가 솔솔하다. 불과 한 달여전 이 길을 걸을때만해도 평화누리길을 걷는 인파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그런데 메르스 때문인지 걷는 사람들 모습을 볼 수 가 없다.
거꾸로 걷는 평화누리길 전체를 걸으려면 14킬로다. 아무래도 대명항까지 갔다 다시 돌아오려면 28킬로 인데, 72세 체력으론 무리다. 약 8킬로 지점까지 갔다 챙겨간 도시락을 시원한 그늘에서 나누어 먹는다. 그리고 더 가고 싶은 미련을 떨쳐 버리고 갔던길을 되돌아 선다.
김포지역 농촌 풍경이 편안하고 수려하다. 수리 안전답이라서 인지 모내기도 모두 끝냈다. 옛날 같으면 한창 김매기 철이다. 가느다란 모를 이앙기로 내는 것을 얼마전 보았는데 이 모가 가지치기를 왕성하게 해서 벌써 논이 시퍼렇게 엉겨 풍년을 예고해도 좋을 같다. 이따금 뜸북이도 한 두 마리씩 보이고, 황새 부부가 농부대신 흰 옷을 입고 김매기를 하는 풍경이 아름답다.
그런데 이곳도 10여일 이내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믐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막중할 것 같다. 갔던 길을 되돌아 출발지에 도착하니 오후 2시 반이다. 스마트폰 만보계를 확인하니 어영부영 3만보에서 몇 백보 빠지게 걸었다. 날씨는 무더웠지만 초딩친구들과 옛날 이야기 하며 걷는 재미가 제법 솔솔하다. 우리들에겐 더이상 메리스는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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