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법원, 대한민국 파괴 세력이 쓴 가면 벗겼다

2014. 2. 18. 14:37☎열린동영상겔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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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사설] 법원, 대한민국 파괴 세력이 쓴 가면 벗겼다

 

 

수원지방법원 형사 합의12부는 17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형법상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 소지 등 검찰의 기소 내용을 모두 받아들여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6명에 대해서도 징역 4~7, 자격정지 4~7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남한 사회의 변혁을 목적으로 체제 전복과 헌정(憲政) 질서 파괴 등을 꾀한 점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란 음모 판단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RO(혁명 조직)'의 성격에 대해 '지휘 체계를 갖춘 내란(內亂) 혐의의 주체'라고 했고, 이 의원이 'RO의 총책'이라고 명확히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작년 510일 경기도 곤지암 및 12일 서울 합정동에서 열린 RO 조직원들의 비밀 회합에 대해서도 "조직 모임"이라며 "사상 학습을 하는 소모임(분임)RO의 세포 모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30여명에 대해서는 "모두 (북한)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철저한 보안 수칙과 지휘 통솔 체계에 의거하여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는 RO의 구성원들"이라고 했다.

 

이 회합에는 이 의원 등 이번에 기소된 사람들 외에 통합진보당 김재연·김미희 의원과 통진당 경기도당 간부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주체사상과 대남 혁명론으로 무장한 조직원 최소 130여명을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 규합하여 국가 기간 시설 파괴 등 후방 교란 활동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한 지방의 평온을 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폭동을 모의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의원 등은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매일 전쟁 위협 수위를 올릴 때인 작년 5월 비밀 회합에서 전쟁 발발 시 평택 유류 저장소, 서울 혜화동 KT 지사 등을 파괴할 대상으로 지목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던졌다.

 

참석자가 폭탄 제조법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정황까지 확인됐다.

 

당시 회합에서 이 의원은 대한민국을 '()'으로 규정하고 "정치·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북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反逆)이야"라는 말도 했다. '한 자루 권총 사상' 등 북한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습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정원이 나를 잡으면 한 명을 죽이려고 칼을 갖고 다닌다" "북이 3차 핵실험에서 엄청난 것을 이뤘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앞으로 정규전 아닌 비정규전 상태가 전개될 것"이라는 참석자들의 말은 모두가 대한민국을 적으로 보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북의 주장에 습관적으로 동조하는 관념적 종북(從北)주의를 넘어 북의 편에 서서 우리 사회를 물리적으로 공격하고 파괴하려 했다. 실행 단계 전에 체포됐기 때문에 '내란'이 아니라 '내란 음모'로 처벌받게 됐을 뿐이다. 이들의 충격적 행태는 RO 내부자 이모씨가 국가정보원에 제보한 녹취록과 법정 증언 등을 통해 확인됐고, 재판부는 이씨 진술을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

 

이 의원 등은 공판 과정에서 늘 그랬듯이 자신들이 표적·조작 수사를 당하고 있다고 반격하는 전략을 폈다. 변론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을 핵심 논리로 동원했다. 수사를 받는 과정에선 예상대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속으로는 극단적 반()민주 전제(專制) 체제인 북한을 숭상하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한 방편으로 민주주의 제도가 부여한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집회 시위의 자유를 이용해 국정원 정문 앞에서 시위하던 옛 민노당 당원 중 간첩이 포함돼 있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재판은 피고인들조차 공정했다고 인정했다. 이 의원 등은 지난 3일 최후진술에서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을 이끌어줘 감사하다"고 했다. 피고인들에게 변론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고, 증거 채택 여부 등에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자유를 이용해 자유를 파괴하려는 이들의 시도, 민주주의 제도를 활용해 민주주의를 허물려는 음모는 단호히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국정원이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보장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진실 발견을 적극적으로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誤導)하려는 시도"라고까지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34년 만의 내란 음모 사건 재판에서 헌법 파괴 세력을 단죄(斷罪)하면서도 헌법이 보장한 자유민주 정신은 모두 지켰다. 자부심을 느껴도 될 일이다.

 

사실 이석기와 같은 사람들의 존재, 그들의 생각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 이후 최근까지 '민혁당' '일심회' '왕재산'과 같은 명백한 간첩단이 적발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낮은 형량, 습관적 사면·복권으로 관련자 대부분이 종북 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경각심 부족이 이런 '괴물'들을 키웠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석기 일파가 쉽게 존립하고 국회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화 세력에 편승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세력과 주사파 세력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이 대한민국 파괴 세력은 다시 민주화 간판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민주 주사파 세력을 떼어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한겨레신문 사설] 법 논리에서 벗어난 이석기 사건 판결

 

법원이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등 사건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징역 12~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아르오’(RO)가 내란음모의 주체라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아르오 자체가 국가정보원과 제보자의 추측으로 만든 소설이라고 주장해온 이 의원과 변호인단의 주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의 유죄 판결이 법리적 측면에서도 그렇거니와 그간의 사건 전개 과정에 비춰봐도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와중에 터진 이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공안당국과 정권의 국면 회피용 희생양 만들기에 법원이 들러리를 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가질 법하다.

 

내란 음모 및 선동죄에 대한 유죄 판단은 우선 법리적으로 무리한 측면이 있다. 재판부는 아르오가 주체사상을 수용한 비밀 지하혁명조직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 아래 내란 수준의 모의를 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언론에 이미 공개됐듯이 이들의 모임에서 녹취된 속기록에 유조창 탱크 폭파철탑 파괴또는 후방 교란등 황당하다고 할 정도의 표현이 다수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제보자 이아무개씨를 비롯한 3명의 대화를 담은 별도 녹취록에는 사상 학습을 진행하면서 북한의 3대 세습을 용인하는 듯한 표현도 등장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내란 음모나 선동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형법 87조에는 내란죄에 대해 국토의 참절 또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하여 폭동하는 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정도의 폭동이어야 할 뿐 아니라 일반적 추상적 합의를 넘는 구체적 모의도 있어야 한다.

 

판결문에서 음모가 계획의 세부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다고 밝혔듯이 이들이 과연 이런 정도의 구체적인 내란 계획을 세웠는지, 실제 그럴 실행 능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장난감총운운하고, 어린아이 우는 소리까지 들리는 회합이 내란 음모를 위한 조직 모임이라는 게 합당한 판단인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2010년 제보를 받고 지난해 7월까지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규정해 감청영장을 받아오던 국정원이 갑자기 8월에 내란음모 사건으로 둔갑시킨 것은 이 사건의 정치적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국기문란의 범죄행위에 대한 반발로 시국선언과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국정원 자체가 위기에 몰리자 사건을 과대포장해서 내놓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녹취록을 미리 언론에 흘려 여론재판을 시도한 것으로 미뤄봐도 이런 정치적 의도는 읽을 수 있다. 이 사건에 앞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리하게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정부가 법무부를 통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등, 이 사건을 전후해 정권 차원의 종북몰이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은 이 사건의 정치성을 잘 말해준다.

 

결국 이런 정치적 사건에 법원이 엄격한 법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공안당국의 여론몰이에 휘둘린 게 아닌지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