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여보!
동일이 엄마! 미안하오.
당신만 두고 나 홀로 떠나는 마음이
천근만근 가슴이 무겁습니다.
철부지 어린 당신을 아내로 맞이하여
북한 당국과 인민군이 싫어서 당신을 낳아 주신
“장인 장모님”을 북에 두고
우리 두 사람 혈혈단신이 땅에 내려와!
생선장사 무슨 장사 안 해본 일 없이
당신을 평생 고생만 시켰소….
여보! 동일이 엄마 미안하오.
내가 당신에겐 몹쓸 죄인입니다.
그렇게 북녘 떠나온지 60년이 지나도록
당신 친정 한번 가보지 못하고
오직 슬하에 자식들만 내 피붙이로 알고
금지옥엽 키우며 희생한 당신!
여보 동일이 엄마 미안하오.
지지리 못난 서방이 되어
언제 어느 날 당신 손 한번 잡고
맛있는 음식 한번 예쁜 옷 한 벌
선물하지 못한 것이 마냥 한이 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할 것을….
여보! 막중한 후회와 무거운 짐만두고
당신 곁을 먼저 떠나가오.
아주 먼 훗날
이승에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땐 내 당신 위하여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소
여보! 동일이 엄마
부탁이 있소.
부디 남은 여생 아프지 말고 건강해서
당신은 꼭 붘녁땅 “장인 장모님”과 가족들
만나 환하게 웃는 세상을 살다 오소.
그리고 사랑하는 두 아들
동일이 동천아!
너희 두 형제 아무쪼록 화목하게
우애 있게 살아서
외로운 너희 엄마 적적하지 않게
이 아비 몫까지 두루두루 살피셔
불쌍한 네 엄니 오래오래
잘 돌봐 살아라.
그리고 “사랑하는 세 딸!”
정애, 정자, 정현아!
외로운 엄마 맘은 뭐니뭐니해도
딸들인 너희가 더 잘 알 것이다.
엄마 맘 아프지 않게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엄마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더 따뜻한 웃음 인생 살 수 있도록
아무쪼록 너희 “5남매”
우애 있게 살면서 어미를 두고 하늘길
먼저 떠나는 아비 맘을 헤아려다오
하늘길 떠나는 그날까지
아비가 너희에게 짐이 되는구나!
아비가 면목이 없다.
부디 너희 “5남매”
더 우애 있게 잘 살아다오
2012년 3월 6일
인천시립 화장장을 떠나며
아버지 맘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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