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원하는 학생만… 유익한 자율학습법도 강구"
중·고생 학원 운영시간 오후 10시까지로 당겨질 듯
인천시내 고등학교에서도 이번 새학기부터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이 없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계속 미뤄져 온 학원 운영시간 단축 방침도 곧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일반계 고등학교 학교장 모임을 갖고 야간 자율학습에 반드시 원하는 학생만 참여토록 하는 운영 지침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다소간의 혼란 불가피
시교육청이 밝힌 '야간 자율학습 운영지침'은 간단하다. 자율학습의 시행 방식은 학교별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들은 뒤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하되, 반드시 원하는 학생만 참가시키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규학습이 끝난 뒤 원하는 학생은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고, 학원에 갈 학생은 갈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이 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모두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학원에 다니는 학생 중 상당수는 비싼 과외를 받을 여유가 없어 상대적으로 교습비가 싼 학원을 택하는 것이라는 현실을 고려한 방침이라 할 수 있다.
- ▲ 새 학기부터 야간 자율학습은 원하는 학생만 하게 된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시교육청은 이와 함께 자율학습에도 학생들에게 유용한 여러 가지 내용을 넣음으로써 참가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일선학교에 주문했다.
시교육청 학력·교육과정담당 류석형 장학관은 "교사가 학생들 각자의 실정과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상담하고 지도해 공부도 안 하면서 핑계대고 달아나는 일은 최소화 할 것"이라며 "이번 방침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도·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자율학습이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해 충실하게 진행되기까지는 얼마간의 혼란과 진통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도교육청도 지난주 '2011학년도 고등학교 자율학습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와 자율학습 운영지침'에 따라 시행되는 이 계획도 자율학습 참여는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적인 선택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 또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너무 이른 아침이나 저녁 10시 이후에는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과외나 학원 수요가 많은 서울은 자율학습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관련 조례, 시의회 통과될 듯
인천지역 고등학교의 야간 자율학습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행돼온 것이다. 이름은 자율학습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다 참여하도록 강요받는 '타율학습' 형태로 대부분 운영돼 왔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시교육청은 2008년 4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내놓고, 야간 자율학습은 학교별로 학교장이 시행 여부를 판단해 운영토록 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무조건 다 하는 쪽으로 진행돼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해 주길 원하는 학부모도 많다"거나 "다른 학교에서 하는데 우리만 안 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시교육청은 2009년 12월'학원 교습시간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후 10시까지인 초등생 학원의 저녁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만, 자정까지인 중·고교생 학원은 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같은 해 6월 전국 시·도 교육감이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학원의 교습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자'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의 조례안은 바로 문제에 부딪혔다. 시내 고등학교 거의 모두가 밤 10시 정도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10시까지로 묶으면 학생들이 학원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일선학교들은 교육청이 자율학습에 대해 분명한 방침을 내려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자율학습은 학교별로 알아서 할 내용"이라며 아무런 결정도 내려주지 않았다.
결국 이 조례안은 의회에서 아직까지도 심의받지 못해 허공에 떠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청이 강제적 자율학습을 없애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이 조례도 곧 심의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