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도중 돌탑을 지나니 멋진 커다란 거북샘이 있어 입으로 물을 토해 내고 있지만 수질검사상 음료수로 부적합한 샘이란다.
저 정도의 멋진 시설을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해놓고 부적합한 물이라니 말이 되는가. 마실테면 마시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이니 말이다.
잘못은 빨리 수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나 적당한 자리를 찾아 옮겨 줄 일이다.
우리들의 등산은 상쾌한 숲길 따라 600m거리에 있는 화장실부터 본격적인 등산길이 시작되는데 거기 이 고장 특산물 자랑의 그림이 있다.
팔공산 감자나 감천배도 그렇지만 그 중 ‘낙지 바지락’ 이 유명한 모양이다. 여행하다 보면 그 고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나그네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도략이라 하지 않던가.
-서해안 가로림만의 청정한 갯벌과 인근 산야에서 모여드는 황토흙을 먹고 자란 바지락과 낙지가 유명합니다. 특히 박솓를 넣고 끓려 먹고난 후 밀국(칼국수나 수제비)을 넣어 만든 밀국박속낙지탕은 전국적으로 유명합니다.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즐거운 주능선은 팔봉산에서 는 양길주차장에서 820m밖에 안되는 안부였다. 거기서 오른쪽 70m 거리에 바위투성이의 감투봉이라 하는 제1봉이 있다.
서산 팔봉은 낮은 산이지만 8봉의 하나하나는 각각이 돌산이다. 돌산은 밋밋한 토산보다 아름다움고 개성적인 법이다.
정상에서
황해의 멋진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하여 준다. 썰물이 아닌 밀물 때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 건너 제2봉의 가파른 봉으로 사람들이 고물고물 오르고 있다. 나도 그중에 하나가 된다.
뻥- 뚫린 멋진 석문을 지나 다시 안부가 되니 여기서부터는 위험한 길이니 안전산행을 위해서 운암사지(雲岩寺祉)로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있다. 위험하다는 것은 바위가 많고 그만큼 아름답다는 말일 께다.
굽어보니 저 멀리 널찍한 공터에 스레트 지붕의 건물이 운암사인가 보다.
8봉산 등산의 멋은 봉에서 다음 봉을 바라며 가는 길이지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지나온 봉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2봉 가는 길은 주로 가파른 층계길이지만 뒤돌아 보는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1봉 위에 올라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워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바다 가운데의 섬이었던 섬이 간척으로 육지가 되어 버린 것이 인간이 바다를 침범한 것 같아 어째서 내가 바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일까.
그 바다는 올라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제2봉에 올라왔더니 이정표도 정상석도 없다.
저 건너 팔봉산의 정상이라는 제3봉이 또 시작되고 있다.
한 여인이 그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여성은 기계에 무관심한 게 일반적인데 이 여성이 그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는 여인의 뒷모습이 경치보다 더 더 아름답다.
내 아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산행을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홀로 뒤쳐지게 된다. 그러면 다른 등산팀과 어울려 수작을 부리게 된다.
노인이 노인을 만나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이다.
묻는 이 있어 일러 주니 '내 나이 64세인데 10년 후를 사시는구나!' 한다.
함께 가는 한 여인이 묻는다. '아이는 나실 수 있어요?' 나왈 '나와 실험해 불레요?' 64세가 박장대소한다. '명답이다 명답!!'
3봉 가는 길에는 짐승이 웅크린 모양의 돌이 있는데 누군가가 그 머리에 해태 모습을 새겨 놓았는데 그 솜씨가 대단하다. 이런 해학이 한국의 멋인 것이다.
팔봉산 길에는 쉬어가라고 의자도 평상도 많지만 정자도 몇 개나 된다.
3봉 올라가는 오름 쇠층계길은 기다림의 만원이다.
제1, 제2, 제3 봉 정상---
산수(算數)하는 팔봉산.
오를수록 바다는 넓어지고
지나온 봉은 멀리서 더욱 아름답다.
오름이 멈춘 제3봉이 되기 위해
쇠사다리가 된다.
기다림이 된다.
드디어 드디어 3봉 정상에 올라서 정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부탁 부탁해서 사람들을 비집고 정상석 사진 한 장을 찍고 보니 지나온 건너 편 봉에도 정상석이 있다. 저곳이 제2봉인가 하였더니 그게 아니다.
이 쪽 정상석은 '사단법인대한산악연맹 서산한마음산악회'가 세운정상석이요, 건너 편 것은 '국제로타리 362지구 팔봉로타리클럽'이 세운 것' 이니 어디가 진짜 정상이란 말인가.
고도계 (高度械)한 둘이면 밝혀질 높이를 가지고 청풍명월의 고장 사람들이 서로 옳다고 싸우는 모양을 보니,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정치 아닌 정쟁을 산에 올라와서 보는 것 같다.
이를 책임질 시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봉에는 몇 봉인지 표시도 없으면서.
해발 361.5m의 정상을 지나면 다시 오르내리면서 만나는 4봉 5봉 6봉이지만 그만그만한 것이고 확실한 이정표도 정상석도 없어서 지나온 후에나 저것이 4봉인가, 5봉인가 하다 마지막 헬기장에 서니 거기가 분명한 8봉이다. 8봉도 몇 개의 커다란 암봉으로 거기서 봉의 행렬이 끝난다.
3봉 가는 길에 바라보던 2봉처럼
8봉을 뒤돌아 볼 산이 없어
하산 길에 만난 절은
서산과 태안의 중간이래서 '서태산'이랍니다.
서태사는 서산에 있는 개심사, 망일사 문수사 서광사 송덕암, 일락사 ,죽사, 천장사 같이 전통사찰이 아니라 어승주차장에서 오름길에서 만나는 길목에 있는 절로서만 유명한 사찰이었다.
하산길에 요즈음이 바야흐로 봄철이라 서시산제 하는 산악회가 있다.
객기로 변학도 생일잔치에 불청객 이도령처럼 술 한 잔 청하였더니, 박주 한 잔에 그 맛있는 돼지 머리고기는 눈요기만 하게 하여 돌아서며 팔봉산의 하루를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