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둥국에게 거는 세 가지 기대


[축구공화국] 이동국이 K-리그로 돌아왔다. 지난 2007년 1월 말 잉글랜드로 향한 지 정확히 1년 6개월 만이고 복귀 팀은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가 아닌 성남 일화다. 청운의 꿈을 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한 뒤 쓴 패배를 곱씹으며 돌아왔지만, 아직 '서른 살' 이동국은 해야 할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자신을 받아준 성남을 위해 그리고 한 번도 큰 보탬이 되지 못했던 한국 축구를 위해 이동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 남아 있다.
그의 결정에 거는 첫 번째 기대


우선 이동국의 복귀가 반가운 것은 괜한 자존심을 세워 협상을 끌다 무적 선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럽은 물론이고 J-리그 진출이 무산된 이동국에게 마지막 보루는 K-리그였다. 그러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이동국에게 K-리그로의 유턴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철저한 실패를 맛본 프리미어리그에서의 1년 6개월이었지만 그래도 프리미어리거였다.
이런 지난 1년 6개월이 이동국으로 하여금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것에 커다란 장애가 되었을 수 있었다. 계약 금액부터 시작해 연봉과 계약 기간 등 거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유턴하는 해외파와 그를 받아주는 구단 사이에서는 언제나 커다란 입장 차이가 존재했다.
이런 자존심으로 인한 버티기는 곧 무적 선수를 경험해야 하는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2006년 여름, 해외 진출을 노리며 버티다 K-리그의 선수 등록 마감 시한을 넘겼던 안정환이 있다. 안정환은 이듬해인 2007년 1월 K-리그로 돌아왔지만 6개월이란 무적 선수의 공백을 떨쳐내기 위해 애써야 했다.
이제는 뛰어 온 날보다 뛸 수 있는 날이 적은 서른의 이동국이, 6개월이란 만만치 않은 시간을 더 허비하지 않고 K-리그로 돌아왔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이동국 개인을 위해서도 그리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의 결정에 거는 두 번째 기대
이동국은 스타다. 물론 지금까지 그가 보여줬던 축구가 스타라는 공식과 맞아떨어지느냐는 부분에 있어서는 팬들에 따라 이견이 존재한다. 그만큼 이동국은 스타급 선수로서의 확실한 파워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K-리그에서도 그랬고 독일이나 잉글랜드에서도 그랬다. 그의 K-리그 통산 기록은 많은 부분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시대를 풍미한 공격수라고 자신있게 주장하기엔 부족한 부분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비록 비상해야 할 순간마다 찾아온 부상과 불운이 그런 이견들을 만들긴 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동국이란 이름과 그 이름값에 부합하는 스타성을 보여준 시즌은 없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는 점은 반갑다. 팬들에게는 이동국이란 선수에 대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스스로는 자신이 왜 한 때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렸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만약 이동국이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K-리그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도 더 없이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또, 대전에서 제2의 축구 인생을 열고 있는 고종수와 부산으로 내려가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는 안정환과 함께 K-리그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결정에 거는 마지막 기대
이동국을 떠올리면 월드컵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5라는 대패의 아픔만큼 희망을 보여준 호쾌한 중거리 슈팅 이후 이동국은 두 번의 월드컵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 두 번의 월드컵 모두 이동국은 참여할 수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전술에 부합하지 않는 공격수였기 때문이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본선 개막을 앞두고 열린 K-리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출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한 번의 기회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열린 아시안컵 기간 음주파문으로 국가대표팀 경기 1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이동국은 올 10월이면 징계에서 풀린다. 물론 이후 A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도덕적 물의를 빚었던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여전히 차갑고, 이동국 스스로의 기량이 A 대표팀에 어울릴 수 있는 수준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단 한 번도 열매를 맺지 못했기에, 월드컵에서의 이동국은 여전히 기대김이란 이름으로 존재한다.
이동국이 A 대표팀으로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한다면, 대표팀 합류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허정무 감독에게 이동국이란 카드는 시험해봐야 할 새로운 가능성이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기회에서 이동국이 지난날의 명예 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진다면, 이동국 개인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 전체에도 커다란 힘이 될 수 있다. 다시 K-리그로 돌아온 이동국에게 거는 마지막 그리고 가장 큰 기대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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