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8살의 나이에 한 동네 14살인 선이라는 여자 아이와 혼담이 있었는 데, 내가 홀몸이신 우리 아버지를 모시고 신문배달을 하면서 무슨 일이나 잘하여 생활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탓인지,...?
나에게는 과분하기만 한 집안의 딸을 준다면서 어른들이 서두르고 있었지만 그 시절 나의 청운의 꿈이라면,... 도회로 가서 대학공부도 하고 성공을 해야 한다는 욕심으로 혼사를 주선하시는 어른들께 짜증도 내고 심술을 부리기까지 하였으니,...
결국은 선이를 우리 집안에서 놓치기가 아깝다며 큰 집에 나보다 연상인 사촌 조카와 혼사가 이룩되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흘러 군대생활중에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광주로 와서 터를 잡고 직장에서 야간대학도 마치고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엔, 선이네도 고향에서 알뜰하게 잘 살면서 어느 덧 자식을 낳고 산다는 소식을 듣곤 하였습니다.
어느 날, 선이의 남편이 공사현장에서 사고를 당하여 생명을 잃었다는 비보를 들엇고 20대 젊은 과부가된 선이는 친정 어머님을 따라 서울로 떠낫노라,...고 그런 세월속에 자녀들도 성장하여 출가를 시키고 고향의 옛집으로 돌아와서 비어있 던 시댁에서 외롭게 여생을 살고 있습니다.
선이는, 아버지가 전기회사 소장이고 어머니는 돈 놀이를 하던 부자라고 햇는 데 왜 그시절 중학교도 보내지 않고 어린 나이로 시집을 보내려 했을까,...? 선이의, 그 자신에 뜻과는 아무관계도 없이 어른들이 그냥 장난처럼 열어준 문으로 내 쫓기어서 마침네 고통과 불행의 운명을 당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여 봅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산 정상에서 빗방울 하나가 떨어저 계곡으로 흘러 강물이 되어 서해로, 다른 빗방울은 나무가지에 튕겨 반대쪽 계곡으로 떨어저 남해로 흘러가 듯, 어느 먼 ~ 훗날에 서로가 달라진 인연이 된 것을 비유를 해 보면서,...
얼마전 친척의 혼사에 주례를 보는 날, 선이네가 자녀들과 함께 오붓하게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를 보고 는 건강하게 자녀들 잘 되는 일로 복을 이루고 살도록 마음에 기원을 담아 주었습니다.
몇 일전 선이의 한 분 친정 오라버님이 고교 선배이기에 세상을 떠났다는 뒤 늦은 부음을 듣고는 그 오라버님의 또 다른 인연이야기를 곁들여 우리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인생길에 드라마 같은 일들을 바라 본다,...며
저녁상에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인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세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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