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컴퓨터로 인한 거북목 증후군 [서울대병원제공]
의사양반...어깻죽지가 욱신거려
한 달 전부터 오른쪽 어깻죽지가 욱신거리는 문제로 진료실을 찾아오신 할머니. 아픈 부위가 어깨나 팔보다는 목과 어깨사이 즉, 어깻죽지다. 손을 쓰는 것과는 상관없이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속되는 양상이라 어깨 문제보다는 목디스크 문제일 가능성이 높을 터. 팔과 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목디스크 탈출증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할머니, 목에 디스크라는 물렁뼈가 있는데요. 거기 문제가 좀 생긴거 같습니다.”
“뭐? 이 나이에 무슨 목디스크라고?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할머니, 목디스크는 꼭 힘든 일해야 생기는게 아닙니다. 혹시 컴퓨터 많아 하시지 않습니까?”
“정년퇴임한지 오래돼서 요즘은 거의 안해”
“테레비는요? 테레비를 벽에 기대서 보거나 비스듬히 누워서 봐도 목디스크 잘 생겨요.”
“원래 테레비 별로 안 보는데.”
이 정도 대화가 진행되고 ‘뭐 그럴만한 일이 있겠지’ 하고 넘어가면 제대로 된 치료는 물 건너간다. 진료실에 비치한 비장의 무기 ‘목디스크를 손상시키는 나쁜자세’라는 쉬트를 꺼내 할머니 코앞에 들이대고 하나 하나 다시 따지고 든다. 할머니 동공이 커지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있다.
“아, 이거 때문이네…, 두어달 전에 손녀가 이걸 사줘서 늘 들여다 보고 살아!”
스마트폰이다.
“아… 할머니,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쓰시나 보네요. 요금제 본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 오래 들여다 보고 계시면 목디스크가 찢어지고 찌그러집니다. 계속 그렇게 하시면 눈물나게 아파서 며칠동안 잠을 못 주무실수도 있어요.”
“그래? 그럼 안되지! 어째 방법이 없겠나?”
이제 할머니 치료는 거의 다 끝난 거나 다름없다.
일자목과 거북목이란?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일자목, 거북목이라는 말도 덩달아 유행한다. 일자목은 무엇이고 거북목은 무엇인가? 좋은 것인가 나쁜건가? 일자목, 거북목이 아닌 '보통목'은 어떤것인가?
먼저 '보통목'에 대해 알아보자. 서 있는 사람을 옆에서 보면 목과 허리는 앞으로 튀어나오는 커브를 갖고 윗등(흉추라고 한다)은 뒤로 튀어나오는 커브를 갖는다. 유식하게는 앞으로 나오는 커브를 '전만', 뒤로 나오는 것을 '후만'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목의 정상 커브는 경추전만이고 허리의 정상 커브는 요추전만이다. 요추전만의 중요성은 이제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리라. 그런데 요추전만보다 먼저 발달하는 것이 경추전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추전만은 아이가 태어나서 서고 걷기 시작할때 생기는 것이고 경추전만은 고개를 가누면서부터 생긴다. 가장 자연스럽고도 정상적인 목뼈의 정열 상태인 것이다.[1]
한 마디로 말하자면 '보통목'은 사람을 좌측옆에서 봤을 때 C 자 커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C자 커브, 경추전만이 있어야 앉아있거나 서있을 때 머리의 무게가 목뼈의 중심 쪽을 지나게 되어 목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을 가장 줄여준다.[2] 일자목이란 이 정상 C커브가 소실되어 목뼈들이 일직선이 된 상태이다. 일자목이 되면 목의 움직임은 30%가량 줄어들고 목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이 많게는 90%까지 증가한다고 한다.[2] 거북목은 일자목보다 더 나쁜 상태로 목이 일자로 되면서 머리를 앞으로 내민 상태이다. 앞으로 내민 머리를 치켜들기위해 목덜미 근육이 엄청나게 힘을 쓰면서 목디스크에 걸리는 압박이 엄청나게 커진다. 목디스크가 찢어지고 찌그러질수 밖에.
스마트폰, 컴퓨터와는 무슨 상관?
커피전문점에 앉아 스마트폰을 테이블 놓고 SNS를 즐기는 처녀,총각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중고생들의 목을 자세히 보라. 하나같이 일자목이다. 아래에 있는 것을 쳐다보기위해 고개를 숙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상 경추전만이 소실되어 일자목이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하면 디스크 망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거북목은 컴퓨터를 할때 자주 본다. 목은 앞으로 쭉 빼고 머리는 모니터를 향해 치켜드는 자세다. 치켜든 머리의 무게까지 견뎌야하니 목디스크의 손상은 더 가속화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일자목과 거북목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대로 방치하면 목디스크 탈출로 번져 눈물나게 아파진다. 처음에는 목, 어깻죽지가 뻐근하고 욱신거리다가 나중에는 걷잡을수 없는 통증이 팔과 머리까지 올 수 있다. 한 번 겪어본 사람들은 그 고통을 오래 기억한다.
일자목, 거북목 치료 방법은 없나?
일자목, 거북목은 목디스크를 괴롭히는 자세임과 동시에 목디스크가 손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상태가 깊어지면 고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심해지기 전에 심각성을 깨닫고 잘 관리하는 것이다.
긴 설명을 짧게 하자면 나쁜 자세, 나쁜 운동을 최소화하고 경추전만을 회복시키는 좋은 운동을 자주 해야 한다. 경추전만을 회복하는 좋은 운동이란 무엇인가? 자세한 내용을 알기 원하면 인터넷 검색엔진에 필자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동영상을 한 번 보시기 바란다.
참고문헌
1. Izzo, R., et al., Biomechanics of the spine. Part I: spinal stability. Eur J Radiol, 2013. 82(1): p. 118-26.
2. Wei, W., et al., Straightened cervical lordosis causes stress concentration: a finite element model study. Australas Phys Eng Sci Med, 2013. 36(1): p. 27-33.
글.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교수
*진료일정은 병원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