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정권 5년 동안 세상을 걱정하고 나라와 국민의 아픔에도 마음을 많이 졸였습니다. 새 정권이 들어섰기에 이제나 조금 답답한 세상이 풀리고 나라도 기지개를 펴고 국민도 조금 여유 있게 숨을 내쉬며 좋은 일들이 오리라 믿었건만, 작금의 인사정책이나 돌아가는 국정의 진행사항을 보면서 답답함이 더해지고 더 숨이 차고 있으니 어인 일일까요. 1801년에 귀양살이가 시작되었던 다산, 강진 읍내 샘거리 주막집 골방에서 한참 어려운 생활을 하던 유배초기에 지은시가 생각납니다. 오죽이나 답답했으면 홀로서 웃노라는 시를 지었을까요.
「홀로서 웃노라(獨笑)」
곡식 많은 집에는 먹을 사람 없고 有粟無人食 자식 많은 집에는 배고파 걱정이라네 多男必患飢 높은 벼슬아치 꼭 바보여야 한다면 達官必憃愚 재주 있는 사람 써먹을 데가 없다네 才者無所施 온갖 복(福) 갖춘 집안이야 몇 집 없으나 家室少完福 최상에 오르고 보면 언제나 쇠퇴한다네 至道常陵遲 아비가 인색하면 아들은 방탕하기 마련 翁嗇子每蕩 아내가 지혜로우면 남편은 꼭 어리석어 婦慧郞必癡 만월에는 대체로 구름이 가리우고 月滿頻値雲 꽃이 피면 바람이 흩트려 놓지 花開風誤之 세상만사 모두가 다 그렇기에 物物盡如此 홀로서 웃어대나 남들은 모른다네 獨笑無人知
세상은 왜 이렇게 고르지 못하고 평등하지도 못하단 말인가. 곡식 풍부한 집, 아들 딸도 못 낳고, 아들 딸 많은 집엔 먹을 것이 없다니, 왜 이렇게 어긋나야만 할까요. 아무리 하자가 많고 법까지 어겼으면서도 염치코치 가리지 않고 바보처럼 버티면 고관대작에 오르고, 그렇다면 진짜 능력 있고 양심적인 인재들이야 나아갈 길이 없으니, 이런 세상을 어찌해야 할까요. 완복(完福)이야 없는 것이고 정상에 오르면 내리막길은 또 오기마련이라는 것을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건만 내려올 날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정상에 오르려고만 애쓰는 일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달뜨면 구름 끼고, 꽃피면 바람 불듯, 마음과 같이 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세상 일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완벽한 성취를 이룩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은 해야 합니다. 북쪽에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계속 놓고 있는데, 일사불란하게 그런 일에 대처해야 할 분위기는 없고 갑론을박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사도 잘 하고, 경제민주화도 이룩하고 복지정책도 더욱 확대해서 구조적 장애 때문에 핍박받는 서민들이 줄어들기를 기대해보지만, 그런 희망이 환하게 보이지 않아 답답합니다. 다산이 귀양 살던 시절에야 외딴 시골에서 혼자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우리는 주변에 토론할 상대도 있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할 동료들도 있건만, 요즘 벌어지는 일에는 말문이 막힌다고 아무도 대안을 이야기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더욱 가슴이 막힙니다.
우리의 답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제발 인사시스템을 새로 짜, 그런 사람이면 되겠다고 여겨지는 참다운 인재들이 적시 적소에 배치되기를 기다려봅니다. 세상에서 그런 사람은 안 된다고 말하면 바꿔도 주고, 더 좋은 사람으로 교체해주어야 답답한 마음이 풀려 홀로 웃는 처량한 신세가 면해지지 않을까요.
박석무 드림 |